전국체전 금요일 이야기

아마야구 2007/10/13 01:16
제 88회 전국체전이 막바지를 향해 가는 금요일 아침,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수영종목이 열리는 염주체육관이었습니다. 대회 홈피에서 알 수 있었던 일정에 관한 정보라고는 고작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영경기가 있다는 정도였기에(그것도 가서 보니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 이렇더군요 -_-) '아마 못 볼거야. 그래도 혹시..'하며 갔더랬습니다. (누구를 보려고 했는지는 다들 아실 듯 ㅎㅎ) 워낙에 많은 종목이 열리고 있던 체육관이라 주차 할 곳이 마땅치 않았어요. 체육관 입구를 빙빙 돌며 자리가 없음에 낙심하다가 수영장 쪽으로 들어가보니 다행히 몇 자리가 있는지 자원봉사자님께서 안쪽으로 안내를 해주시더군요. 거의 꽉 들어찬 주차장에 겨우 한 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고 나가려는데 왠 여고, 남고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겁니다. 그 무리 맨 앞엔 백옥같이 흰 피부(;)에 흰 트레이닝복을 입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매니저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오는 박태환 군이 있었지요. 어어~~하며 차에서 나가지도 못 하고 상황을 지켜보는데 그 선수가 제 자리 바로 옆에 있던 밴에 타더랍니다 ㅎㅎㅎ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이란 '다시 시동을 켜고 저 차를 따라가?' 라는 기동력을 갖춘 스토커의 본연의 마음가짐이었지만 그 생각은 금세 지우고 미리 디카를 꺼내놓지 않은 것만 눈물 지으며 후회할 뿐이었습니다.

경기장 안에서 난생 처음 보는 수영경기. 재미있더군요. 11시 조금 넘어 입장을 했는데 아마 10시부터 고등부 경기가 있었나봅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아침식사를 포기하고 가는 거였는데 말이죠 -_- 제가 본 것은 400M 자유형 남자 일반부, 여자 일반부 결승이었는데, 아는 선수라곤 고작 조성모 선수뿐(조오련씨 아들이라지요)이었습니다. 전광판엔 분명히 결승이라고 쓰여있는데 1조, 2조는 뭔지.. 한참 헷갈려하다가 깨달은 게 두 조 전체에서 좋은 기록대로 메달의 색깔을 결정하나보나라는 결론. 맞나요?^^ 50M짜리 레인을 열심히 4번 왕복하는 선수들이야 당연히 대단해보였고 그 주변을 열심히 왔다갔다 하시며 수신호를 하시던 코치님들이나 관중석 윗쪽에서 알 수 없는 외마디 암호를 질러대는 코치(로 추정)분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3시간 안팎의 긴 야구경기에 길들여진 팬으로써 수영은 뭔가 느낄 새도 없이 너무 짧아 허무하더군요. 짧아서 아쉬움을 느꼈던 것은 목요일에 잠시 보았던 배구나 오늘 오후에 보았던 농구도 마찬가지였어요. 배구는 절대 3세트로 끝나면 안 되는겁니다. 너무 짧아요. 농구도 더블스코어에 근접한 결과가 나올 정도로 전력차가 심한 팀들의 경기여서 그런지 아마 4쿼터 경기가 1시간이나 걸렸을까 싶더군요.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얼만데..;;; 하긴 그런 경기를 보는 팬들의 입장에선 야구가 얼마나 길고 지루할까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오늘 글의 주 메뉴 -_- 체전 중에 가장 기대했던 경기였던 건국대 vs 상무의 경기 얘기를 해야겠네요. 건.국.대. 작년 여름 남해에서 처음 봤던 팀이 1년 남짓한 기간에 어쩜 이렇게 완소팀이 되었는지 저조차도 신기할 정돕니다^^. 체전 경기대진표가 나오자마자 상무와 2회전에 붙는 걸 보고 좌절. 작년에도 똑같이 2회전에 상무에게 져서 탈락했던데 왜 이리 박복한건지.. 어쨌거나 경기를 보기 전엔 어차피 질 테니 야구 4강전에는 고등부 경기를 보러 가야겠다며 머리를 굴리고 있었더랬습니다. 선발이 최현호 선수라기에 어느 정도 선방해주기만을 기대하면서요.

그런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보니 승리에 대한 욕심과 기대감이 생기더군요. 최현호 선수는 올해 제가 본 모습 중에 가장 좋아보였습니다. 미트에 꽂히는 소리도 다른 때보다 크게 들리고 헛스윙을 많이 유도해내고. 기록을 하지 않아 정확히 모르겠지만 무사에 안타 맞는 것도 거의 없었고 출루를 허용한 이후에도 땅볼 유도를 많이 이끌어 내서 잘 막아냈습니다. 삼진도 많이 잡은 걸로 기억에 남는데 기록지를 보니 4개뿐이네요. 6회였나 1,3루 위기에 연속삼진을 잡았던 게 인상적이었나봅니다. 비교적 몸 좋은 선수로 구성되어 있던 상무의 라인업 중 작은 선수(손시헌, 박기남)만 골라 사구를 맞히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아쉬운 거라곤 3번타자 박석민을 못 막았다는 것. ㅠㅠㅠ 1점차 리드 상황에서 좌측 폴대를 맞추는 홈런, 두번째 타석도 안타. 마의 7회 손시헌 선수가 안타로 출루하고 조재호 선수가 병살성 타구를 날렸지만 작전이 걸렸던지 2루는 세잎, 타자만 아웃된 상황. 감독님이 한번 끊어주시러 마운드에 올라오시더군요. 사실 바꿀 타이밍이긴 했지만 오늘 컨디션이 좋아보이기도 했고 선수 자존심 상 분명히 본인이 막겠다고 할 걸로 짐작이 되더라구요. 역시나 감독님은 그대로 내려가시고 제발 걸러라~하는 제 바람이 무색하게(사실 남자라면 승부! 이번에 막으면 정말 멋질거라는 기대도 한편으로는 가지고 있었...;;;) 정면승부를 펼치다 두번째 타점을 허용했습니다. 박석민 선수, 두고두고 기억이 날겁니다.

또한 잊지 못할 선수가 있는데 그건 상무 중견수 이양기 선수에요. 2회에 4번타자 김순겸 선수가 중간펜스 낮은 곳을 맞히는 2루타를 치고 나간 후 임한용 선수가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리는데 그만 이양기 선수가 몸을 날려 다이빙으로 그 공을 잡아내더군요. 3루에 거의 다 도착한 주자까지 아웃; 6번 타자 황인권 선수의 안타가 바로 이어졌으니 건대로서는 충분히 2점을 낼 수 있던 기회를 아쉽게 놓친거였죠.ㅠㅠ 경기 내내 자꾸 그 장면이 떠올라서 괴로웠습니다. (이래저래 비호감 화나 -_-) 상무에선 오늘 선발이었던 이대환 선수가 현재 에이스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젠 컨디션이 썩 좋아보이진 않더군요. 초반에 타자들이 잘 공략하길래 승산이 있겠다 싶었건만 4회부터 투수를 교체했던 게 상무 입장에선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그 뒤에 나온 문용민, 이정민 선수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타자들 -_- 그들도 역시 당분간 제 기억 속에 남아있을겁니다.

당연히 아무 감정이 없어야하는, 오히려 왠만한 프로야구팬이라면 더 응원할 상무가 어찌나 얄미워 보이던지요. 게다가 광주대표로 나왔는데도 말이죠. 오죽하면 9회에 등판한 '우리' 조태수 선수에게 오늘 한번만 맞아주라며 애원 아닌 애원을 했을까요. 저희 일행의 뜻이 하늘에 닿았는지 안타와 에러를 동반하여 1사 1,2루 상황이 되었지만 1루심의 퇴근모드 발동으로 인해 경기는 병살플레이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맹세하건대 슬라이딩 한 타자가 더 빨랐습니다만 1루심의 손은 공이 글러브에 들어오기도 전에 올라가더군요.

순서가 뒤바뀐 감이 있긴 하지만 빼먹을 수 없는 얘기.. 최현호 선수가 6.2이닝을 던지고 내려간 후 우리들의 토끼 임성헌 선수가 등판했어요. 그제 경기에서도 마무리로 나왔는데 쭉쭉 맞아가는 게 걱정이 되더니 오늘 경기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호투하더군요. 마운드에서 싱글생글 웃는 것도 여전하구요^^ 이 선수만 나오면 그 웃는 모습이 이뻐서 사진보단 영상을 주로 찍게 될 정도에요. 1루수가 파울플라이를 놓쳤을 때 지었던 아쉬움의 미소란 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당분간 그 모습도 못 보겠군요. 인천은 너무 멀죠 ㅠ_ㅠ)

그 동안 팀의 에이스로 고생했던 토끼. 이제 그 자리를 현호선수가 대신 할 것 같은데 부디 아프지 않고 내년 한 해 잘 뛰어서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현호선수보다 더 기대하고 응원했던 장승욱 선수, 최근 모습을 자주 볼 수가 없는데 잡다한 부상들 다 떨쳐버리고 특급좌완선발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3학년 트리오가 갑자기 안 보여 걱정이 되요. 1루수 이용욱, 포수 김창영, 우익수 김영재 선수.. 김영재 선수는 1달 전쯤 팔이 아프다는 소리만 들었는데 아직 재활 중일 것도 같지만 다른 선수들은 무슨 까닭일지.. 부디 내년에 모두들 대4병 안 걸리고 좋은 활약을 해줘서 다들 잘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



이로써 올 시즌 건대파슨으로서의 마지막 관전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다음 주에 대회가 하나 더 남긴 했지만 그건 볼 수 없는 상황이니 ;; 대학별로 한두 선수를 좋아하는 경우는 많아도 이렇게 팀 전체에 끌려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파슨을 자처하는 일이 앞으로 또 있을까 싶습니다. 당장 내년이면 지금의 애정도 많이 줄게 될텐데,, 작년 진흥고 선수들의 마지막 경기를 볼 때의 기분이 다시 느껴집니다. 많이 많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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