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늦은 체전 야구 이야기
아마야구 2007/10/20 02:17-------------------------------------------------------------------------------------------------------------------------------------------------
제 88회 전국체전이 시작한 이후로 연일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요. 지난 주말 태풍의 영향으로 궂었던 날씨는 잊혀진지 오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조금 쌀쌀하다 싶어도 조금만 지나면 가을볕에 타는 게 걱정되어 그늘을 찾게 되더라구요. 야외경기인 야구팬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햇살이지만 그래도 비 걱정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는 건 좋네요^^
화요일부터 많은 경기를 보았지만 그 중에 기억나는 건 경성대와 영남대의 제비뽑기 승부입니다. 2대 0으로 앞서고 있던 경성대, 8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잘 막던 고창성 선수가 9회 들어 갑자기 난조를 보이더군요. 첫 타자에게 안타를 내 준 이후 허용한 사구, 경성대 선수들은 타자가 배트가 나가는 과정에서 맞은거라고 항의했지만 결국 사구로 인정되어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내심 보고싶었던 선수가 불펜에서 몸을 풀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1학년에게 이 위기를 맞기기엔 다소 부담스러울거라 생각하고 고창성 선수가 잘 풀어주길 바랐으나.. 번트로 1사 23루 이후 안타로 1실점하고 결국 교체되더군요. 1학년생 좌완 임현준 등판, 좌타자를 삼진으로 잘 돌려세웠습니다만 그는 좌타자 상대 원포인트였던건가요. 이상환 선수로 교체한 뒤 동점타를 맞고 역전주자는 홈에서 아웃, 무승부로 경기는 끝났습니다.
말로만 듣던 제비뽑기 승부를 직접 보는 영광....이라고 하면 오버일테고, 경성대가 참 안 되었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감독님이 대표로 한 장씩 뽑는 걸거라고 지레 짐작을 했는데 그런 건 아니었어요. 심판들이 봉투가 여럿 놓인 탁자를 들고 나와 양팀 선수들이 봉투를 한 장씩 뽑아 심판에게 건네주고 가면 나중에 한꺼번에 제비갯수를 세더군요. 영남대 감독님이 나중에 선수들에게 찡긋 웃으시며 5대 4라고 말씀하셨던 걸로 보아 팀별로 9명 선수들이 뽑은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보면 그게 그나마 어느 한 사람이 잘못 뽑은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할 방법같습니다만 어쨌거나 이런 승부는 더 이상 안 보고 싶어요. (but, 서울고-부산고 경기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군요 -_- but 2, 준결승에서마저 ;;;)
승부를 결정짓는 모습...
그 경기 이후 인하대 경기를 잠시 보다가 고등부 경기가 열리는 OB 맥주공장 야구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시간대가 맞아서 다행히 군산상고와 야탑고의 경기를 처음부터 볼 수 있었습니다. 군상의 선발은 알고 있던대로 전태현 선수, 야탑은 이름을 알 수 없는(전광판이 없어서;) 특이한 폼의 사이드 선수더군요. (기록지를 보니 최의혁 선수였네요)
이 경기를 관전하는 데 최악의 태클은 역시나 열악한 관전환경이라고 말해야겠네요. 3루 뒷편엔 나무들 사이로 몇몇 벤치가 있긴 하지만 그건 휴식시간에 커피 한잔 뽑아들고 앉아 수다를 떨기 위한 용도이지 절대 야구를 보라고 만들어 놓은 벤치는 아니에요. 거기에 앉으면 경기장의 선수들 머리만 조금 보입니다. 3루에서 보려면 그물 뒤에 서서 보는 수밖에.. 1루측엔 얕으막한 언덕이 있어서 그 위에선 경기장은 잘 보입니다만 문제는 좌석이 없다는 거. 임시방편으로 가져다 놓은 의자는 이미 학부모님들이 선점하셨죠. 그나마 그 언덕 위쪽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하여 어쩔 수 없이 언덕 아래 약간 경사진 부분에 자리를 깔고 앉았는데 결국 그게 명당이었답니다 ㅎㅎ 포수 뒤편이라 전체적인 시야가 좋았을 뿐 아니라 제 바로 옆 자리에 김성한 위원님께서 동창분들과 함께 앉으시는 행운이..^^ 하지만 어찌나 자원봉사자 아줌마들에게 인기가 좋으시던지 사인만 열 개 정도 하시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뜨셨습니다 T.T
역시 이 경기의 흥미거리는 기아의 89년생 막내와 야탑고 에이스 조성우의 대결이었습니다. 조성우 선수는 처음 보는 거였는데요 체격도 좋고 구위도 좋고 참 탐이 나더군요. (사실 조금 무서웠습니다. 압도적인 체격과 위에서 내려꽂는 공도 무서운데다가 고딩 얼굴로 보이지 않는 얼굴까지 ;;;) 반면 막내는 구위가 많이 떨어진 모습;;; 그래도 경기 운영 능력은 괜찮다고 느껴졌습니다. 적어도 제가 경기를 보는 동안에는요. 수비수들이 평소처럼 에러로 태클 거는 것도 없었고. 7회 만루 상황을 삼진으로 잡아내고 웃으며 들어오는 모습에 흐뭇해하며 저는 자리를 떴습니다만 사단은 그 다음 회에 일어났더군요. -ㅁ-
계속 남아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던 동생이 문자를 보내준 것에 따르면
중전안타와 사구를 내주고 투수앞 번트를 막내가 우왕좌왕하며 잘 처리하지 못해 무사 만루
그 뒤 1땅에 홈송구를 포수가 빠트리는 바람에 2실점으로 역전, 폭투로 다시 1실점,
겨우 삼진 잡고 왕민수 선수로 교체되었는데 그 선수마저 투땅을 1루로 악송구해서 1실점을 더 했다더군요.
결론은 한점도 안 줄 수 있었다는 겁니다만 에휴..
사실 저야 뭐, 언제나 자신 넘치고 풋풋;한 귀여운 모습에 막내의 묻지마 팬이 되었지만은 그래도 수비에 원래 약하다는 얘기를 들으니 좀 걱정이 되긴 해요. 거기에 소문난 뻣뻣한 몸인데다가 쪘다 빠졌다 하는 물살 체질까지 겸비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ㄷㄷㄷ. 누구보다 막내에게 올 겨울은 아주 지옥이 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ㅎㅎㅎ
좋아하는 팀들은 계속 떨어지고 남아있는 단 하나의 보루는 동국대
성균관대에도 관심이 있긴 하지만 올해는 게임을 덜 봐서인지 좀 시들했어요. 그래서 동국이 이기고 상무와 재미있는 결승경기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경기장으로 갔습니다. 5회쯤에 들어가니 이미 양팀이 2점씩 얻었더군요. 두 팀 모두 밀어내기 득점이 있었고 성균관대는 박대원 선수의 안타로, 동국대는 김지수 선수의 희플로 추가점을 얻었던 것 같아요.
제가 갔을 때 성대의 마운드에는 황재규 선수였는데 이 선수는 볼수록 점점 더 잘 하는 느낌입니다. 그래봐야 몇 번 보지도 않았지만요. 동국대도 마침 전진호 선수로 바꾸더군요. 이 친구는 거의 매경기 출첵하는 1학년 에이스이지요 -_- 두 투수 모두 상대타자를 쉽게 쉽게 요리하며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그러다가 7회말에 균형이 깨진 게 1사에서 김다원 선수의 안타와 박대원의 번트로 2사 2루 상황, 9번타자 최병윤 선수가 중전안타를 날렸지만 좀 짧은 편이어서 주자는 3루에서 멈칫거리는데 동대 중견수가 그만 볼을 뒤로 흘렸습니다. 그나마 바로 잡아서 홈으로 던졌으면 되었을 것을 잠시 주저하다 결국 홈에서 간발의 차로 점수를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동국대도 8회 초에 김정혁의 인정 2루타로 2사 2루, 유명환 고의사구로 2사 1,2루 상황의 기회를 잡았지만 홍석무 선수의 중플로 마무리된 게 아쉬웠습니다..
8회말엔 3루수 김정혁의 송구에러로 유명환선수가 부상을 당했어요. 멀리 있어서 자세히는 못 봤지만 상황을 추측하기에 송구가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쳐져서 타자가 오는 쪽으로 향했던 것 같고 그 볼을 잡으려다 주자와 부딪혀 손목이 꺾인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유명환 선수는 교체가 되고 지명타자 홍석무 선수가 그 자리를 대신해서 결국 전진호선수가 4번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타격 모습 한번 보고 싶었는데 당췌 연장이 없는 체전경기라 뷁!
그러나 벼락같이 나온 9회 초 김지수 선수의 좌월홈런! 이 친구는 체구도 작고 절대 장타자는 아닐 것 같은데 은근히 홈런이 있네요. 제가 본 것만 2개 (이거 많은겁니다 ㅋ) 옆에 성대 (예비)선수들이 앉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박수로 축하해줬습니다..
경기는 동점으로 끝이 났고 결국 또다시 추첨으로 승부를 가리는 모습을 봐야만 했습니다.
무승부가 되어 좋았던 거 하나가 있다면 패전 위기에 있던 전진호 선수가 그걸 면했다는 거 정도랄까요.
결과는 성대 승. 어째 제 바람은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는건지요. 헤아려보진 않았지만 제 올해 아마승률도 참 처참할 것 같습니다. 프로야 뭐 ㅡ,.ㅡ
찾아보니 이런 기사도 있었군요. 제비뽑기를 연습해야겠다는 모 지역 야구인의 푸념.
대회일정의 압박이 있으니 우천으로 경기를 못 할 경우는 모르겠지만 무승부일 때는 12회까지 승부를 가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루에 2-3경기 뿐인데 시간적으로도 충분히 여유있죠. 그깟 전기세가 얼마나 한다고.. (사실 그깟..은 아닐거라 저도 생각해요. 그래도..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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